건강식품 포장의 원재료명에는 삼백초추출액, 삼백초농축액, 삼백초추출분말이 한 줄 안에 겹쳐 적히기도 합니다. 같은 삼백초에서 나온 것인데 이름이 셋인 까닭은 어느 공정까지 거친 물건인지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 글 추출물 99%의 진짜 의미에서 포장에 적힌 백분율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바탕이 되는 세 가지, 세 이름이 각각 가리키는 단계, 고형분이라는 말의 의미, 덱스트린 같은 부형제가 추출분말에 들어가는 까닭을 다룹니다.
추출물·농축액·추출분말 차이: 원물에서 가루까지 네 단계
「식품등의 표시기준」 별지1은 원재료의 성상이 변하면 그 공정을 이름에 함께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명 표시 1)라)항입니다.
제조·가공 과정을 거쳐 원래 원재료의 성상이 변한 것을 원재료로 사용한 경우에는 그 제조·가공 공정의 명칭 및 성상을 함께 표시하여야 한다(예시: ○○농축액, ○○추출액, ○○발효액, 당화○○).
그래서 표시에서 '삼백초'와 '삼백초추출액'과 '삼백초추출분말'은 서로 다른 원재료로 취급됩니다. 이름 뒤에 붙은 말이 그 원재료가 어느 단계의 물건인지 알려 줍니다.
| 표시에 쓰이는 이름 | 어느 단계 | 그 상태에 들어 있는 것 |
|---|---|---|
| ○○ | 원물 | 밭에서 거둔 그대로이거나 말려서 썬 것. 다른 것이 섞여 있지 않습니다 |
| ○○추출액 | 뽑아낸 액체 | 물이나 주정에 원물을 담가 성분을 녹여 낸 액체. 무게의 대부분은 용매이고 원물에서 나온 성분은 일부입니다 |
| ○○농축액 | 물을 덜어 낸 액체 | 추출액에서 용매를 증발시킨 것. 같은 무게에 들어 있는 원물 성분의 비율이 올라갑니다 |
| ○○추출분말 | 말린 가루 | 추출액이나 농축액을 말려 가루로 만든 것. 말릴 때 넣은 부형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
자료: 「식품등의 표시기준」 별지1 원재료명 표시 규정 및 추출물 제조 공정
고형분 함량이란: 추출액에서 물을 뺀 나머지 성분
고형분이란 액체에서 물을 비롯한 용매를 모두 없앴을 때 남는 고체 성분을 말합니다. 추출액에서 고형분은 원물에서 실제로 녹아 나온 성분의 무게를 의미합니다.
추출액은 무게의 대부분이 물입니다. 그래서 추출액을 몇 그램 넣었다는 것만으로는 원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형분을 알아야 그 액체에서 원물에게서 온 것이 얼마인지 드러납니다.
앞 글에서 다룬 삼백초 제품 표시에는 '삼백초추출액(고형분 1.5%)'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추출액 100 g을 통째로 마셔도 삼백초에서 온 성분은 1.5 g입니다. 나머지 98.5 g은 물을 비롯한 용매입니다. 표시기준이 추출물의 함량만 적지 말고 고형분 함량을 함께 적도록 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형분은 액체를 말린 뒤 남는 무게를 재서 구합니다. 현장에서는 굴절계로 재는 당도(Brix)를 가용성 고형분의 기준으로 함께 쓰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고형분은 표시기준이 요구하는 추출물 중의 고형분 함량을 가리킵니다.
농축액과 추출액 차이: 용매를 덜어 낸 만큼 올라가는 비율
농축액이란 추출액에서 용매를 증발시켜 부피를 줄인 액체를 말합니다. 물이 빠진 만큼 전체 무게가 줄고, 같은 무게에 들어 있는 원물 성분의 비율은 올라갑니다. 원물에서 나온 성분의 절대량 자체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표시에서 '○○농축액'과 '○○추출액'을 구분해 적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백분율이 적혀 있어도 두 이름 안에 든 원물 성분의 양이 다릅니다. 그래서 농축액에도 고형분 함량을 함께 적어야 합니다. 앞 글에서 인용한 표시기준 4)항은 '추출물(또는 농축액)'을 함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형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넣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일반식품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추출분말에 덱스트린을 넣는 이유: 부형제의 세 가지 역할
추출분말이란 추출액이나 농축액을 말려 가루로 만든 원료를 말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 분무건조입니다. 액체를 아주 작은 방울로 뿜어 뜨거운 바람에 통과시키면 수십 초 안에 수분이 날아가고 가루가 남습니다.
이때 추출액만 넣고 말리면 쓸 만한 가루가 나오지 않습니다. 식물 추출물에는 당과 탄수화물이 많아서, 말린 가루가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서로 들러붙습니다. 들러붙은 가루는 흐르지 않아서 정제로 찍거나 캡슐에 채우는 공정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보관하는 동안 굳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리기 전에 부형제를 섞습니다. 덱스트린, 사이클로덱스트린 같은 것들입니다. 부형제는 세 가지 일을 합니다.
- 가루가 만들어지게 합니다. 끈적한 추출물 성분을 감싸서 알갱이 모양을 잡아 줍니다
- 수분을 빨아들이지 않게 합니다. 보관하는 동안 굳는 것을 줄입니다
- 가루가 흐르게 합니다. 정제로 찍거나 캡슐에 채우는 공정이 가능해집니다
부형제는 양을 늘리려고만 넣는 것이 아닙니다. 가루 형태의 원료를 만들려면 있어야 하는 재료입니다. 부형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추출분말 원물 함량 기준: 일반식품에 없는 최소 배합 규정
부형제가 필요하다는 것과, 얼마나 넣어도 되는지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반식품에 쓰는 추출분말에는 원물에서 나온 성분이 최소 몇 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습니다. 그 비율은 원료를 만든 회사가 정합니다.
같은 '○○추출분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한 회사의 것은 원물 성분이 분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회사의 것은 대부분이 부형제일 수 있습니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내용물이 같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이 추출분말을 완성된 원료로 사들여 씁니다. 그래서 제품 표시에 '추출분말 99%'라고 적는 것은 그 회사 입장에서 사실입니다. 원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드러나지 않는 지점은 제품을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원료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표시기준이 고형분 함량 또는 배합 함량을 함께 적도록 한 것은 이 지점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 숫자가 없으면 원료 단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표시만 보고 알 수 없습니다.
원재료명 표시 읽는 방법: 한삼덩굴 추출물 99% 세 겹 괄호 분해
판매 중인 한삼덩굴 정제 제품의 원재료명 표시 일부입니다. 제품명과 상표는 적지 않습니다.
한삼덩굴추출물[한삼덩굴추출분말(한삼덩굴추출액(한삼덩굴/국산), 덱스트린), 황기추출분말(황기추출액(황기/국산), 덱스트린, 아라비아검), 이산화규소, 스테아린산마그네슘]
괄호가 세 겹입니다. 안쪽부터 읽으면 단계가 그대로 보입니다.
- 한삼덩굴추출액: 국산 한삼덩굴을 녹여 낸 액체입니다. 이 액체의 고형분이 얼마인지는 표시에 없습니다
- 한삼덩굴추출분말: 그 추출액에 덱스트린을 섞어 말린 가루입니다. 괄호 안에 추출액과 덱스트린이 순서대로 적혀 있습니다
- 한삼덩굴추출물: 그 가루에 황기추출분말과 다른 재료를 더해 만든 복합원재료입니다. 제품에 넣는 것은 이것입니다
제품 앞면에 크게 적힌 '99%'는 세 번째 것의 비율입니다. 첫 단계인 한삼덩굴 자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려면 추출액의 고형분 함량이 필요한데, 그 숫자가 이 표시에는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와 일반식품 원료 차이: 지표성분 규격과 일일섭취량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도 추출물이고, 분말로 만들 때 부형제를 쓰는 것도 같습니다. 다른 것은 지켜야 할 규격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기능성 원료에는 원료마다 지표성분이 정해지고 그 함량 규격이 붙습니다. 하루에 먹어야 하는 양인 일일섭취량도 함께 정해집니다. 원물을 적게 넣고 부형제로 채우면 지표성분 규격을 맞추지 못합니다. 같은 이름의 추출분말이라도 건강기능식품 원료와 일반식품 원료는 지켜야 할 것이 다릅니다.
이 구조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지표성분이 무엇이고 왜 정하는지는 기능성분과 지표성분 차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 추출물 표시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 추출액은 원물을 녹여 낸 액체이고, 무게의 대부분이 용매입니다
- 농축액은 그 액체에서 용매를 덜어 낸 것입니다. 비율은 올라가지만 원물 성분의 절대량이 늘지는 않습니다
- 추출분말은 그것을 말린 가루이고, 말리려면 부형제가 있어야 합니다
- 고형분은 물을 뺐을 때 남는 것이고, 원물에서 실제로 나온 성분의 양을 알려 주는 숫자입니다
- 부형제가 들어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넣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일반식품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추출물과 추출분말은 무엇이 다른가요?
추출물은 원물에서 성분을 뽑아낸 것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고, 추출분말은 그것을 말려 가루로 만든 원료입니다. 가루로 만들려면 부형제를 섞어야 하므로, 추출분말에는 원물에서 온 성분과 부형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Q. 덱스트린이 들어 있으면 나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덱스트린 같은 부형제는 끈적한 추출물을 가루로 만들고, 가루가 수분을 빨아들여 굳는 것을 줄이고, 정제로 찍거나 캡슐에 채울 수 있도록 흐르게 합니다. 가루 형태의 원료를 만들려면 있어야 하는 재료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형제의 존재가 아니라 원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Q. 추출분말에 원물이 최소 몇 퍼센트 들어가야 한다는 기준이 있나요?
일반식품에 쓰는 추출분말에는 그런 최소 함량 기준이 없습니다. 원물과 부형제의 비율은 원료를 만드는 회사가 정합니다. 같은 이름의 추출분말이라도 회사마다 원물 함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농축액과 추출액 중 어느 쪽에 원물이 더 많이 들어 있나요?
같은 무게로 비교하면 농축액 쪽 비율이 높습니다. 농축액은 추출액에서 용매를 덜어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물에서 나온 성분의 절대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농축액에도 고형분 함량을 함께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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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식품등의 표시기준」 [별지 1] 표시사항별 세부표시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26-37호 (2026. 5. 12. 일부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 부형제 종류에 따른 분무건조 분말의 품질 특성에 관한 국내 식품과학 연구 문헌
- 추출물 분말화 공정 및 부형제 사용에 관한 국내 특허 명세서 (KR101481772B1, KR101552470B1 등)
- 각 제품 판매 페이지에 게시된 주표시면 및 정보표시면 이미지 (2026년 9월 확인)
이 글은 공개된 제품 표시사항과 법령·고시 원문을 대조해 정리한 것입니다. 특정 제품의 법령 위반 여부를 단정하지 않으며, 위반 여부의 판단과 처분은 관할 행정기관의 권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