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는 2025년 12월 기준 누적 472건이 인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실제로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원료는 얼마나 될까요? 업계 체감으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인정은 받았지만 양산에 실패한 원료, 양산은 됐지만 제품화에 실패한 원료, 제품화는 했지만 안정성에 발목 잡혀 시장에서 사라진 원료.
수년의 R&D 끝에 인정서를 손에 쥐었지만,
그 인정서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R&D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가장 본질적인 벽이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식물성 원료의 표준화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그리고 실무자가 어디서 가장 자주 발목을 잡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식물성 원료는 기능성 원료 중 가장 큰 카테고리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는 원물 기원에 따라 식물성, 동물성, 미생물, 합성, 광물성 등으로 나뉩니다. 이 중 갯수로 가장 많은 카테고리가 식물성 원료입니다.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을 합쳐 가장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매년 새로 인정되는 개별인정형 원료의 다수도 여전히 식물성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 고시형 식물성 원료: 홍삼, 인삼, 알로에 전잎, 빌베리 추출물, 마리골드꽃추출물, 밀크씨슬 추출물, 콜레우스포스콜리 추출물,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 쏘팔메토열매 추출물 등
- 개별인정형 식물성 원료: 마리골드꽃추출물(지아잔틴함유)(눈 건강), 스페인감초추출물(위 건강, 헬리코박터균 증식 억제 및 위 점막 보호), 돌외잎주정추출분말(체지방 감소), 헛개나무열매추출물(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 건강),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 HT042(어린이 키 성장), 루바브뿌리추출물(갱년기 여성 건강), 모로오렌지추출분말(체지방 감소) 등
이렇게 다양한 식물성 원료가 R&D 파이프라인에 올라오는 만큼, 그 출발점인 표준화 설계가 R&D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표준화란 무엇인가: 지표성분이라는 약속
비타민 C 같은 단일 화합물은 표준화가 별도로 필요 없습니다. 화학식이 정해진 단일 물질이기 때문에 함량을 정량하면 끝입니다. 그러나 식물 추출물은 다릅니다. 한 식물에는 수십에서 수백 종의 화합물이 복합적으로 들어있고, 추출 조건에 따라 그 비율이 매번 달라집니다.
이런 복합 화합물 덩어리를 어떻게 "이 원료는 일정한 품질이다"라고 보증할 것인가? 그 답이 지표성분(Marker Compound) 입니다. 추출물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성분 중 일부를 대표 지표로 정해두고, "이 성분을 일정 범위 이상 함유한다"는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홍삼은 진세노사이드 Rg1·Rb1·Rg3 합계, 밀크씨슬은 실리마린, 빌베리는 안토시아닌, 마리골드꽃추출물은 루테인·지아잔틴, 스페인감초추출물은 글라브리딘(Glabridin)을 지표성분으로 사용합니다.
표준화의 본질은 결국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측정해서 보장할 것인가.
지표성분 설정의 다섯 가지 요건
지표성분은 아무 성분이나 고를 수 없습니다. 업계와 학계에서 통용되는 지표성분 선정의 다섯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 특이성(Specificity): 해당 원료를 다른 원료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보편적인 성분(단순 당류, 일반 아미노산 등)을 지표로 잡으면 다른 원료가 섞이거나 위·변조되어도 분간이 어렵습니다.
- 대표성(Representativeness): 그 원료의 기능성을 대표할 수 있는 성분이어야 합니다. 성분의 양이 그만큼 많아야 한다는 의미죠. 가능하면 활성성분과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쉽지만은 않습니다.
- 안정성(Stability): 추출, 농축, 보관, 제품화 과정에서 분해되거나 변질되지 않아야 합니다.
- 안전성(Safety): 지표성분 자체가 독성을 갖거나 유해한 성분이어서는 안 됩니다.
- 용이성(Ease of Analysis): HPLC, UPLC, LC-MS 등으로 정량 분석이 가능해야 하며, 표준품(Reference Standard)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사이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안정성, 안전성, 용이성 이 세 가지가 양산과 제품화의 토대를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반면 특이성과 대표성은 둘 다 갖추면 가장 좋지만 현실에서는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페인이나 클로로제닉산 같은 성분입니다. 이 성분들은 녹차, 커피, 마테, 과라나, 그린커피빈 등 여러 식물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해당 원료의 대표성은 갖추고 있지만 특이성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런 성분을 지표로 쓸 때는 단일 지표성분만 잡지 않고, 보조 지표성분이나 HPLC 프로파일 전체(fingerprinting)를 함께 관리하는 보완 장치가 들어가곤 합니다.
다만 특이성은 있고 대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료 안에 어느 정도의 함량은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함량이 너무 적으면 분석 자체가 불안정해져 결국 용이성까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0.01% 수준의 미량 성분을 지표로 잡으면 HPLC에서 피크가 베이스라인 노이즈와 구분이 어려워지고 배치 간 편차가 커집니다.
산지, 계절, 연도가 만드는 변동: 원물 단계의 변수
표준화의 첫 번째 변수는 원물 자체의 편차에서 시작됩니다. 같은 종의 식물이라도 산지(국가, 지역), 토양, 기후, 수확 시기, 재배 방식에 따라 활성 성분 함량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 같은 인삼이라도 6년근과 4년근의 진세노사이드 프로파일이 다릅니다.
- 같은 마리골드라도 멕시코산·중국산·인도산의 루테인·지아잔틴 비율이 다릅니다.
- 같은 강황도 인도 케랄라산과 동남아산이 커큐민 함량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 같은 산지라도 연도별 기후(가뭄, 폭우, 일조량)에 따라 작황과 성분이 흔들립니다.
이 때문에 R&D에서 인정받을 때 사용한 원물과 양산 시 매입하는 원물이 다른 산지·다른 연도라면 인정 당시의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늘 따라옵니다. 일부 기업은 산지를 지정 계약 재배로 묶어두거나 여러 산지의 원물을 블렌딩해 평균 함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Lab에서는 됐는데, Factory에서는 왜 안 될까: 생산 단계의 변수
원물 단계의 변수를 잡았다 하더라도, R&D 실무자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좌절은 그다음에 옵니다. Lab scale과 Pilot scale에서는 분명히 지표성분 함량이 잘 나왔는데, Factory scale에서 양산을 시작하니 함량이 안 나옵니다. 같은 원물, 같은 용매, 같은 공정인데 결과가 다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추출 규모의 비선형성. Lab에서는 원물 100g, 1kg 단위로 실험하지만 Factory에서는 한 번에 수백 kg, 톤 단위로 추출합니다. 단순히 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추출 효율, 용매 침투, 열 전달이 모두 달라집니다.
추출 시간의 차이. 대용량 탱크에서는 추출 시작에서 종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Lab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끓는점에 도달하기까지의 승온 시간, 추출 후 식히는 냉각 시간, 다음 공정으로 이송하는 대기 시간이 모두 길어집니다. 그 사이에 수용액 상태에서 안정성이 낮은 지표성분은 분해되거나 변형됩니다.
탱크 내 불균일성. 큰 탱크일수록 가운데와 가장자리, 위와 아래의 온도·교반 효율이 다릅니다. Lab에서는 균질하게 추출되던 조건이 Factory에서는 부분적으로만 적용됩니다.
복수 탱크 통합의 변수. 여러 대의 탱크에서 따로 추출한 추출액을 합쳐 농축한 후 분무건조(Spray Drying)하는 경우, 각 탱크의 함량이 미세하게 다르면 최종 분말의 함량이 평균치로 희석되거나 일부 탱크의 저함량이 전체를 끌어내립니다.
농축·건조 과정의 손실. 진공농축이나 분무건조에서 열에 약한 지표성분은 일부 손실됩니다. Lab에서는 농축 부피가 작아 노출 시간이 짧지만 Factory에서는 농축 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부형제 희석. 분무건조 시 흐름성·흡습성을 잡기 위해 말토덱스트린 같은 부형제를 첨가하는데, 그 비율에 따라 최종 분말의 지표성분 함량이 달라집니다.
이런 이유로 Lab에서 5%로 나오던 지표성분이 Factory scale에서는 3%로, 어떤 배치는 2%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인정 시 신청한 규격 범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양산 자체가 막힙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공정 변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어려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습니다. Lab에서 연구하는 R&D 연구원들은 Factory scale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경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양산 단계의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Factory 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인력은 Lab에서 어떤 가설과 조건으로 데이터를 뽑았는지, 왜 특정 공정이 그렇게 설계됐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량 생산을 성공시키려면 연구직과 생산직 사이의 효율적이고 끊임없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양산 이관 시점에 한 번 회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R&D 초기 단계부터 양산 공장 담당자와 함께 공정을 설계하고, 양산 후에도 배치별 데이터를 함께 리뷰하며 원인을 추적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 구조상, 그리고 양쪽의 전문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이 소통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표준화를 망치는 가장 흔한 원인이 결국 이 소통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형 단계에서 또 한 번 흔들린다: 제품화 단계의 변수
원료가 잘 나왔다고 끝이 아닙니다. 제형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변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정제, 캡슐, 액상, 젤리, 분말 스틱, 츄어블 등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 수 있는데 제형마다 원료가 받는 스트레스가 다릅니다.
정제 제형. 압축 압력으로 분말을 굳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변성되거나 결정 구조가 깨질 수 있습니다. 코팅 공정(필름 코팅, 당의 코팅)에서는 추가로 열과 수분에 노출됩니다.
캡슐 제형.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충진 과정에서 분말이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될 수 있고, 캡슐 쉘(젤라틴, HPMC)과 내용물 간의 수분 평형이 맞지 않으면 캡슐이 무르거나 부서집니다.
액상 제형. 가장 까다롭습니다. 수용액 상태에서 지표성분의 안정성이 낮은 원료는 액상 제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pH 조절, 산화방지제 첨가, 저온 보관 등으로 어느 정도 보완은 가능하지만 유통기한 동안 함량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어렵습니다.
젤리 제형. 한천이나 펙틴을 녹이기 위해 가열·냉각 사이클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열에 민감한 성분이 손실됩니다. 또 젤리 매트릭스 안에서 지표성분이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을 수 있고, 매트릭스 구조 변화로 일부 성분이 결합 형태로 갇혀 정량 분석에서 제대로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원료와의 상호작용. 비타민 C 같은 환원제는 다른 성분의 산화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부 폴리페놀과 반응해 변색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미네랄(특히 철, 구리)은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의 분해를 촉진합니다. 감미료, 유화제, 보존제도 모두 잠재적 반응 상대입니다.
매트릭스 효과(Matrix Effect). 같은 원료라도 단독으로 분석할 때와 제품 안에서 분석할 때의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성분들이 분석 과정에서 간섭을 일으켜 정량값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분석법 자체를 제품 매트릭스에 맞춰 재밸리데이션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보관 안정성. 빛, 열, 습도, 산소에 민감한 성분들이 많습니다. 안토시아닌(빌베리, 블랙커런트)은 빛과 산소에 약하고, 카로티노이드(루테인, 아스타잔틴)는 산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유통기한 24개월을 잡으려면 가속 안정성 시험에서 충분한 마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유통기한을 줄이거나 알루미늄 파우치·탈산소제 동봉 같은 포장재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제형 단계의 변동은 공정·매트릭스·부원료가 만드는 기술적 문제이지만, 그 아래에는 또 한 번의 소통 단절이 깔려있습니다. 기능성 원료를 연구·개발하는 R&D 연구원과, 그 원료를 제품으로 풀어내는 제형 연구원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다른 직군입니다. 보는 변수와 쓰는 언어가 다릅니다.
기능성 원료 R&D 연구원은 자기 원료의 특성을 깊이 알고 있지만, 그 원료가 정제·캡슐·액상·젤리 같은 제형 매트릭스 안에서 부원료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변형되는지는 제형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제형 연구원은 다양한 제형을 설계하는 전문가지만, 새로 들어온 원료가 어떤 pH에서 안정한지, 어떤 부원료를 만나면 침전·변색을 일으키는지, 매트릭스 효과로 분석값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원료 R&D 연구원만큼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 양쪽의 정보가 합쳐지지 못하면 제형 단계에서 함량 미달, 변색, 침전, 안정성 미달 같은 문제가 줄줄이 터집니다.
그래서 원료 R&D 단계에서 작성하는 원료 규격서(Specification Sheet) 가 양산용 규격을 정리하는 문서에 그치지 않고, 제형 설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사용 가이드 역할까지 해줘야 합니다. 어떤 pH 범위에서 안정한지, 어떤 부원료와 상호작용이 있는지, 어떤 제형에는 적합하지 않은지가 원료 R&D 단계에서부터 정리되어 있어야 제형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표준화는 원료 R&D 연구원 한 사람이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원료 R&D → 양산 공장 → 제형 연구원 → 분석·QC 담당자까지 이어지는 긴 사슬이 같은 데이터를 공유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R&D 실무자가 표준화 설계 시 챙겨야 할 것들
그렇다면 R&D 실무자는 표준화 설계 단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첫째, DB를 쌓고, 분석합니다. 표준화의 출발점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같은 원물이라도 산지별, 수확 연도별, 수확 시기별, 부위별, 가공 방식별, 공급사별로 지표성분 함량과 분석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둬야 합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쌓은 데이터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산지별로 함량 변동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 수확 시기에 따라 어떤 패턴이 보이는지, 추출 온도·시간·용매비 같은 공정 변수와 지표성분 함량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해야 비로소 데이터가 의미 있는 정보로 바뀝니다. 단순 평균과 표준편차를 넘어, 어떤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해두면 인정 신청 단계의 함량 범위 설정, 양산 단계의 원물 매입 기준, 제품화 단계의 배치 변동 해석에 모두 활용됩니다. 데이터는 쌓는 것이 절반, 읽어내는 것이 나머지 절반입니다.
둘째, 기인정 원료와 논문을 자주 탐색합니다. 식품안전나라의 개별인정 원료 목록과 고시형 원료의 기준·규격을 정기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미 시장에서 양산·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원료들이 어떤 지표성분을 어떤 범위로 설정했는지, 다섯 가지 요건의 절충점이 어디인지 감이 잡힙니다. 여기에 해당 원료의 활성성분 연구, 분석법 표준화 동향, 해외 약전(USP, EP, 일본 약전 등)에서의 지표 설정을 함께 살펴보면 본인이 설계하려는 표준화의 타당성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부에 이미 축적된 지식을 꾸준히 흡수해서 내 안에 성분의 특성과 표준화 사례에 대한 DB를 함께 쌓는 것이 R&D 실무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산이 됩니다.
셋째, Factory scale 양산을 Lab에서 미리 구현해봅니다. Pilot scale 추출기, 소형 분무건조기, 진공농축기를 사용해 양산 조건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미리 테스트하고, 추출 시간·온도·용매비 변화에 따라 지표성분 함량이 어떻게 변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가능하다면 Pilot 단계에서 실제 양산 위탁 공장과 사전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정 후가 아니라 인정 전에 양산의 현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표준화 실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마치며: 인정서가 골인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라는 사실
식물성 원료의 표준화는 본질적으로 자연의 불규칙성을 인간의 규격이라는 박스에 묶어두려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단일값은 존재하지 않고, 표준화란 결국 받아들일 수 있는 변동 범위 안에서 일관성을 관리하는 게임이 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R&D 단계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한 가지 보입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 지표성분 함량을 좁고 높게 잡는 것입니다. 인정 신청 자료상으로는 좋은 데이터처럼 보이지만, 그 좁은 범위는 양산 단계에서 가장 먼저 발목을 잡습니다. 인정받은 함량과 일관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함량은 같지 않습니다. 다섯 가지 요건 중 안정성·용이성을 흔드는 함량 설계는 인정서를 받고도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표준화는 인정 신청서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R&D 첫 기획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설계 작업입니다. "이 원료가 인정받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원료가 인정받은 함량 그대로,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다른 산지의 원물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R&D 첫날부터 던져야 합니다. 인정서는 골인선이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그 출발선을 어떻게 그어두느냐에 따라 시장까지 가는 길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자료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식약처고시).
-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및 기준·규격 인정에 관한 규정」 (제2024-79호, 2024.12.9.).
- 식품안전나라, 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foodsafetykorea.go.kr).